생활산업통상자원부·한국석유공사·한국은행
국제유가 100달러인데 주유소는 17주째 내렸다…버텨준 두 방어선, 이달 끝난다
자료 =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산업통상자원부·미국 노동부 / 그래픽 = 경기소상공인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는데 동네 주유소 가격은 17주 연속 내렸다. 얼핏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 상황이 이달 안에 정리된다.
■ 지금 숫자는 이렇다
미국·이란 전쟁은 2026년 2월 28일 발발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이어졌고, 국제유가는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9월 11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2.48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6.69% 올랐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국내 주유소 가격은 9월 14일 기준 휘발유 리터당 1858.69원, 경유 1843.98원이다. 6월 27일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17주 연속 내렸다.
■ 왜 안 올랐나 — 두 개의 방어선
첫째, 석유 최고가격제다.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현재 제9차 조치가 시행 중이다. 상한선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둘째, 유류세 인하다. 휘발유는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25%의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금액으로는 리터당 휘발유 122원, 경유 145원, 부탄 51원을 덜 내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왔다.
■ 문제는 만료일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제9차 조치는 9월 18일 종료된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9월 30일 종료된다.
두 방어선이 열흘 남짓 사이에 잇따라 끝난다.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연장 기조를 유지해 왔다. 다만 물가와 세수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최고가격제 지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8월 이후 보도된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21일 최고가격을 다시 동결한 바 있다.
연장되지 않고 유류세가 원래 세율로 돌아가면 단순 계산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122원, 경유는 145원이 오른다. 여기에 최고가격제가 풀리면 그동안 눌려 있던 국제유가 상승분이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
■ 금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유가는 기름값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4% 올랐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지수는 2.4% 상승했다. 유가가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도 10월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은은 미국과 이란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호르무즈 해협 통항 회복이 늦어지고 우회 경로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미·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막힌 상태다. 정부는 11월 이후 원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 전쟁이 짧게 끝날 조짐은 아직 없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 비용이 최대 380억 달러, 우리 돈 약 51조 80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미 국방부 감찰관 보고서에서는 탄약 재고 문제도 언급됐다.
걸프 국가들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방산업체 계약 규모가 50억 달러, 약 6조 8185억 원을 넘어섰다. 이란 드론에 대비하기 위한 발주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국면이라는 뜻이다. 다만 향후 유가 경로는 전쟁 상황과 산유국 정책에 따라 달라지므로 특정 수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 소상공인이 지금 확인할 것
첫째, 기름값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www.opinet.co.kr)에서 내 주변 주유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알뜰주유소를 이용하면 리터당 수십 원을 아낄 수 있다. 9월 18일과 30일 전후로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둘째, 배달과 운송 비용이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배달대행 수수료와 택배·물류비가 뒤따라 오르는 구조다. 배달 비중이 높은 업종은 계약 조건과 단가 조정 시기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셋째, 대출 금리다.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상환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정책자금은 시중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넷째, 원자재와 부자재다. 국제유가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으로 이어진다. 비닐,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일회용품을 쓰는 업종은 단가 인상 통보가 올 수 있다. 재고 확보 시점을 앞당길지 판단이 필요하다.
다섯째, 전기·가스요금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공공요금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에너지 효율 점검을 미리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이번 주 금요일이 첫 번째 만료일이다. 정부가 연장을 결정하면 지금 흐름이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10월부터 체감 물가가 달라진다.
연장 여부는 발표 전까지 확인 필요.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